앱 다운로드 배너
더 편하게 일자리 찾고!
더 편하게 알바생 찾는!
앱으로 보기
 381,535 
정자동 엘틈코너마켓 아르바이트 후기 및 구인 홍보
학교를 다니면서 주말 동안 일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반려동물 동반 파인 다이닝(레스토랑)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민첩하게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사장님께서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교통비를 주시려고 하시더라고요. 집과 가까운 거리라 가볍게 15분 도보하여서 도착하였다고 말씀드렸음에도 받아야 하는 것은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마음을 써주셨어요. 이러한 섬세한 대우는 처음 받아보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면접 시간은 짧지 않았어요. 사장님께서는 비단 구인에 필요한 조건만을 질문하시지 않으셨고, 제가 누구인지, 어떠한 일상을 보내며 무슨 비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삶을 살아가며 무엇을 목표로 두고 있는지 궁금해하셨어요. 대화를 나누면서 이분이 지원자를 단지 노동자로 보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를 어쩌면 오래 함께할 식구가 될지도 모를 대상으로 여기시는구나, 그래서 살갑게 사람 대 사람으로 나라는 존재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아가시려고 하시는구나. 싶어서 따뜻함을 느꼈답니다.

엘틈에는 두 명의 셰프들이 계세요. 한 분은 메인 디쉬를 맡고 계시는 헤드 셰프, 다른 한 분은 제과제빵, 베이킹을 맡고 계시는 수 셰프세요. 처음 뵈었을 때 두 분의 제안으로 그분들을 쌤이라고 호명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낯설었던 그 호칭이 지금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정겹게만 느껴져요. 셰프들께서는 정말 다정다감하신 분들이세요. 주말에 일을 나오면 함께 오픈 준비를 진행하며 그동안 잘 지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몸은 아프지 않았는지, 최근에 기쁜 일이 있었는지 등 저의 안위를 여쭈어 주시는데 손님을 응대하지 않는 사이 시간마다 두 분과 나누는 대화가 저에게는 큰 즐거움이었어요.

두 셰프 분들은 점심을 정말 잘 챙겨주세요. 손님이 뜸한 시간대가 찾아오면 헤드 셰프께서 오늘의 메뉴를 말씀해 주시거나, 저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질문하세요. 주로 가게의 메인 디쉬를 먹거나, 인스턴트식품을 조리하거나, 헤드 셰프의 수중에 있는 식자재로 새로운 음식을 요리하여서 먹는 일이 태반인데, 한 번은 편의점에서 비빔면을 사서 끓여먹은 적이 있어요. 헤드 셰프께서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씀하셔서 제 몫의 그릇을 받았는데 비빔면 위에 달걀과, 루꼴라와, 로메인과, 오븐에 구운 돼지고기와, 당근과 양파 절임이 아름답게 올라가 있더라고요. 처음에 화려한 플레이팅을 보고 비빔면인 줄 못 알아보았어요. 헤드 셰프는 요리에 관하여 탁월한 센스를 지니신 분이라 그분의 손을 거치면 인스턴트도 레스토랑 음식으로 변한답니다. 저는 헤드 셰프께서 원할 때마다 자유로이 마셔도 된다고 허락해 주신 냉장고 속 음료값을 포함하여서 언제나 제가 점심으로 시급 값 이상의 식단을 제공받는다고 생각해왔어요. 헤드 셰프 덕분에 먹어본 적 없었던 요리들의 고급 버전들을 많이 음미해 보았답니다.

일은 간단하여요. 오전 9:30에 출근하여서 약 한 시간 동안 오픈 준비를 마치고, 오전 10:30에 가게를 열어요.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메뉴판을 가져다드리며 손님분들을 응대하고, 포스기를 통해 주문 및 결제를 도와드리고, 셰프에게 주문서를 드린 뒤 주류를 포함한 음료를 제조하고 가져다드려요. 엘틈은 진동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손님분들이 직접 음식을 가져가세요. 그러하기에 홀 서빙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시간이 흐르고 테이블이 비면 그릇과 식기를 회수하고, 행주로 자리를 정리한 뒤 설거지를 진행하는 것까지가 기본적인 일의 루틴이에요. 그 밖의 일로는 제과제빵류를 픽업하시는 분들의 포장을 도와드리거나, 틈틈이 청결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자리를 정리하는 것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퇴근의 때는 그날 그날의 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편인데, 보통은 오후 2:30에서 3:00 사이에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보다 섬세한 일들의 목록이 궁금하신, 엘틈의 식구가 되기를 원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 메모를 공유해 드리도록 할게요.

두 셰프 분들께서는 한 번 맺은 인연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시는 분들이세요. 또 사람이 하는 일에는 당연히 실수가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기도 하세요. 아르바이트생이 미흡한 판단이나 대처를 하게 되었을 때 함부로 꾸짖으시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하시는 등 인신공격을 일삼는 분들이 아니시며, 오히려 “그럴 수 있다.”, “괜찮다.”라고 잘못된 일 처리를 했다는 생각으로 빳빳하게 곤두선 아르바이트생의 마음을 독려해 주시고 보듬어주시는 동시에 다음에는 같은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려 깊은 조언을 건네주시는 분들이에요. 저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다양한 편이 아니라 제 역량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엘틈에 들어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일을 할 때마다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큰 당황을 겪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였어요. 그럴 때마다 셰프들께서는 저에게 눈치를 주시는 대신 묵묵히 일의 수습을 도와주셨고, 똑같은 순간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 차근차근 알려주셨고, 어떤 순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 장점을 칭찬해 주시며 자존감을 올려주셨어요. 그러한 시간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일을 저질렀을 때 패닉에 빠져 자책하는 대신 침착하게 선택과 집중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코로나 이후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돌연 발생한 질환 이슈로 갑작스럽게 수술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에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엘틈에서의 시간을 이어나갔을 텐데, 이제 그만 이곳에서의 추억들을 매듭지어야 하는 것이 무척 속상해요.

저는 엘틈을 따스한 공간으로 느끼고 있어요. 두 셰프 분들이 저를 항상 따뜻하고 세심하게 대해 주신 덕분에 자연스럽게 엘틈에서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어요. 비록 안타까운 이유로 엘틈을 나가게 되었지만, 이곳을 사랑하는 만큼 마지막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다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의 퇴사 후에도 든든한 후임분이 엘틈을 찾아올 수 있도록 좋은 마음으로 글을 적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GL_35202**5
2시간전
2
406